27. 30대 후반 미국 취업 1년 후 달라진 점 (영어, 연봉 등등)
12월 11일. 미국 남부 종합병원 물리치료실에서 물리치료사를 보조하는 rehab tech로 일한 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물리치료실에서 처음 일해본 것이고, 미국에서 처음 갖게 된 직장이기도 하다. 운 좋게 팀워크가 좋은 물리치료실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로 취업까지 이어진 것.
처음 해보는 일이라 배우면서 하느라 여러 가지로 부족했던 시간을 지나,
11. Rehab tech 한달, 오늘은 숨고 싶은 날
날이 구리구리해서 그런가. 오늘따라 유난히 영어가 더 버벅대서 그런가. 초보자의 미숙함을 여러 사람한테 들킨 것 같아 그런가. 오늘은 기분이 심하게 가라앉은 날. 물리치료실 환경 상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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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새로운 신입 테크들이 들어오면 교육을 맡아하고 있는 위치가 됐다.
23. 미국 물리치료실 6개월차 막내에서 지금은..의미있는 하루
30대 후반에 H4 EAD를 받아서 미국 종합병원 물리치료실에서 PT aide(rehab tech)로 일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기록하는 중이다. 일한 지 6개월이 된 지금 하는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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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치료실 테크로 1년 동안 일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진로, 외모, 능력 (성장), 영어, 연봉 그리고 나이...!
진로
우선 내가 앞으로 즐겁게 남은 인생을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조금 명확해졌다. 20, 30대에 정말 다양한 곳을 집적대다가 드디어 정착하고 싶은 분야가 생긴 것. 물리치료사 보조(PTA)가 되기로 마음먹고, 지난 1년 동안 풀타임으로 일하며 선수과목을 모두 이수했다. PTA 코스를 25년 가을학기에 시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외모
지금 일하는 물리치료실에서는 하루에 적게는 8 천보 많게는 1만 3 천보를 일하는 동안 걷는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앉아있을 시간이 거의 없다. 그리고 물리치료사들과 점심시간에 시간을 내 종종 운동을 하니 살이 많이 빠졌다. 몸무게는 한참 5-6킬로까지 빠졌었다가 다시 일이 익숙해지면서 조금 올랐는데, 액티브 한 생활을 하다 보니 몸이 많이 탄탄해졌다.
성장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잘해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열심히 하긴 했다.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여유가 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늘리려고 해 보고, 조금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이 보이면 물리치료사들과 매니저에게 말해 바꿔보기도 하고, 테크들이 일하기 편한 것이면 그냥 맘대로 바꿔 보기도 했다.
이런 사소한 변화들을 동료들, 매니저, 그리고 환자들이 알아봐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마워했다. 이런 것들이 하루하루 쌓이다 보니 1년이 지난 후 나는 많이 성장해 있었다.
1년 차 매니저와 한 업무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았고, 코멘트에 자세한 사항들이 많았지만 No need to improvement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사실 과분한 평가이긴 하다. 계속 배우는 중이기 때문이다.
영어
영어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항상 사로잡혀 있었다. 지금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동료들에게도 먼저 얘기하고, 환자들과도 스몰토크도 편하게 한다. 일주일 40시간 영어를 써야 하고 들어야 하는 상황에 노출되니 30대 후반에도 영어가 어느 정도 눈에 띄게 느는 게 느껴졌다. 초반에 60프로 이해했다면, 지금은 90퍼센트 정도 이해하는 것 같다. 아직도 물리치료실로 전화가 오면 받기는 꺼려진다. 이건 시간이 좀 걸릴 듯.
연봉과 보너스
우리 병원에는 보너스 시스템이 있다. 쿼터마다 매출액을 달성하면 풀타임과 파트타임 직원에게 정해진 보너스를 준다. PRN은 받지 못한다. less effective는 보너스가 없고, highly valued와 top talent로 평가된 직원들은 보너스가 차등 지급된다. 난 초반 5개월은 highly valued였다가, 나머지는 top talent로 평가돼서 보너스를 받았다.
테크 연봉은 정말 낮다. 아무래도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주로 20대 의료계통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많이 한다. 그나마 나는 석사 졸업장이 있다는 걸 어필하여 시간당 페이를 조금 높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1년이 된 지금 시점, 시간당 페이가 5% 인상됐다. 연봉 협상을 한 적은 없다. 내년에 PTA 코스를 들어야 해서 일을 확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연봉 얘기는 못 꺼냈는데, 매니저가 연봉 3% 정도 오를 거라고 했는데, 체크를 보니 5%가 올랐다. 개꿀.
나이
30대 후반에 미국 취업 도전기를 블로그에 계속 써왔는데, 사실 오늘이 내 생일이라 난 40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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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른 카테고리에 계속 글을 써야겠다. 아직 카테고리 이름은 결정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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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난 오랜 시간 백수로 지냈고, 이 직업 저 직업 여러 일을 하며 오래 방황을 했다. 그동안 만족스러웠던 일이 없었다. 오랜 백수 기간을 깨고 갖게 된 미국의 첫 직장에서 일하는 것을 하루하루 감사히 여기며 일했다. 너무 좋은 직장 동료들을 만나 많이 배우고, 재밌게 일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내년에도 지금처럼 즐기며 힘 뺄 때는 빼면서 일해야겠다. 너무 수고했다. 2024년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