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미국 남부 직장 문화, 물리치료실 팀워크 만들기, 크리스마스 시즌엔 뭐할까
벌써 미국 종합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일한 지 1년이 되었다. 많은 인원이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 아마도 좋은 팀원들이 많기도 하고, 팀워크를 만들 수 있는 활동을 자주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PT month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매주 게임을 했다. 계단 뛰기, 장애물 달리기, 투명 의자 오래 버티기, 스피드 게임 등등. 게임을 하려고 준비하는 과정부터가 참 재미있다. 안 할 것 같은 동료들도 진지하게 참여하고 즐긴다.
또 다른 예로는 팀워크를 만드려고 한 달에 두 번 정도 피클볼을 치러 간다. 일 끝나고 시간 나는 사람들끼리 2시간 치고 깔끔하게 헤어진다. 나도 한 번 참여했는데,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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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개인적으로 지금 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시즌 활동이 제일 재미있다. 시크릿산타와 엘프 찾기. 14명 정도가 참여하는 시크릿 산타는 각각 이름을 뽑고 몰래 선물을 3주 동안 매주 최소 2일 선물을 주는 것이 여기 룰이다. 시크릿 산타 신청할 때 좋아하는 스낵, 음료, 취미, 기프트 아이디어 등을 적어내서 선물 고르는데 어려움을 줄여준다. 참 좋은 아이디어다.
난 좀 눈치가 빠른 편이고, 코난 성향이 좀 있어서, 시작한 지 첫 주가 됐는데 내 시크릿 산타가 누군지 99.9%까지 확신하고 있다. 동료들은 내가 내 시크릿 산타를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얘기하고, 그것을 확인해 가는 단계를 재밌어한다. 예를 들어, 내가 받고 싶은 선물 중 하나로 강아지 토이를 썼는데, 편지에 강아지 이름을 썼고, from Santy Claus라고 쓰여있었다. 우선 대화를 하다가 Do you know my dog's name?이라고 물으며 대상자를 좁혀갔다. 그리고 Santy Claus는 젊은 여성들이 주로 쓰는 용어라고 했다. 동료들의 필체를 대조해 보니 한 사람이 지목이 되었고, 확인차 다른 얘기를 하다가 급 화제를 바꿔 by the way, my dog loves the new toy!라고 했더니 바로 손을 모아 입에 갖다 대며 oh really?!라는 리액션을 하는 게 아닌가. 바로 아차 하며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꿨지만 주변사람 몇몇이 캐치했다. 그 후에도 몇 개 더 있는데, 이런 과정에서 동료들과 더 친해졌다. 서로 누굴까 하며 한 번이라도 더 동료들과 얘기하고, 동료들의 행동과 말을 주시한다. 그래서 요즘 바쁜데 즐겁다. 중학교 때 한 번 해본 시크릿산타랑은 차원이 다르다. 엘프 서비스(시크릿 산타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대신 선물 배달하기)도 있고, 트릭도 있고 아주 재밌다. 트릭은 편지를 왼손으로 쓴다거나, 그 사람에 대해 잘 아는데, 잘 모르는 사람처럼 그의 출근 날이 아닌 날 선물을 놓거나, 주말에 클리닉에 와서 놓고 가거나, 환자나 가족들에게 접근해서 시크릿 산타를 알아내려고 하는 등등 진짜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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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하는 게 있는데 매일 엘프를 찾는 것이다. 동료들 말로는 어릴 때 엘프 인형을 선반에 숨겨두면 찾는 건데 찾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는다고 했다. 한 사람이 숨기고, 처음 찾은 사람이 다른 곳에 옮기는 단순한 게임인데, 그냥 이것도 재미있다. 기발하게 숨겼을 때 that was good one이라고 해주기도 하고, 어렵게 숨기면 I'm giving up이라며 엄살부리면서도 끝까지 찾는다.
이런 활동들을 하면서 동료들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알아가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더 하게 되어 좋은 팀워크가 생기는 것 같다. 한 집단에 5명만 좋은 사람이어도 그 집단은 좋은 집단이라고 하는데, 여긴 5명은 충분히 넘는다. 아무튼 남부 미국 사회생활 1년 차 참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