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30대후반 전업주부 미국취업도전기

23. 미국 물리치료실 6개월차 막내에서 지금은..의미있는 하루

Bella0204 2024. 6. 30. 11:13

30대 후반에 H4 EAD를 받아서 미국 종합병원 물리치료실에서 PT aide(rehab tech)로 일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기록하는 중이다.

일한 지 6개월이 된 지금 하는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변화가 좀 생겼다. 내가 물리치료실에 입사한 순서로 막내 테크였다면 지금은 제일 오래된? 테크가 된 것.

ㅁㅁ


5월은 미국 대학교 졸업식이 있는 달이다. 내가 일 시작할 때 함께 일하고 있던 테크들은 모두 대학교 학생들이었고, 적게는 1년 많게는 3년 차였다. 그러다가 이번 5월에 많은 친구들이 졸업을 했다. 물리치료학과에 들어간 친구도 있고, 다른 진로로 간 친구들도 있고, 여하튼 한 번에 5명이 그만두었다. 이번에만 이런 건가 싶었는데 물리치료사들 말로는 연례행사라고. 평생 테크로 일하는 사람들은 드무니까.

하지만 이번엔 3년 차였던 2명의 테크들이 빠지게 되면서 누군가 그들이 하던 일을 해야만 했다. 가장 큰 것은 재고관리 및 주문. 품목이 많아서 아직 뭐 정신은 없지만 그럭저럭 배우고 있다. 원래 재고관리 이런 거 싫어하는 편이 아니라서 크게 어려움은 없는 듯.

또 하나는 책임감이 조금 더 생겼다. 치료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는 테크가 하는 일은 테크 안에서 교육이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요즘 말을 평소보다 더 많이 하게 된다. 태어나서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날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환자들과 물리치료사들과 소통도 해야 하고, 다른 태그들과 손발을 맞춰야 하고, 교육을 하느라 계속 말을 한다. 원래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래도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지금 상황이 그리 불편하지는 않다. 아니 나름 즐기고 있다고 해야 하나. 영어도 쪼끔 느는 것 같아서 뿌듯. 아마도 동료들이랑 편해져서 편하게 말하다 보니 소통하는데 덜 부담이 되는 건 사실.




여하튼 영어가 부족해도 경청해 주는 친구들이 고맙고, 다른 테크들보다 나이는 한참 많지만 나를 궁금해하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하하호호하는 모습이 귀엽고, 같이 일한 지 한 달 정도 되니 손발이 맞아가니 함께 일하는 게 재밌고, 며칠 휴무를 가진 날 본인들끼리 잘 해냈다며 나에게 문자로 알려줘야 한다며 문자를 보낸 동료들이 참 기특하고 예뻤다.
물리치료사 한 명이 Your babies did good today by themselves!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어찌나 귀엽던지.

여하튼 나는 지금 입사 6개월 차에 올드 테크가 됐다. 가르치는 것은 다시 배우는 것이라고 했나. 이번에 가르치면서 애매하게 알고 있었던 것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 좋긴 했다.

ㅈㅈ


그리고 나름 이 집단에 필요한 사람으로 굳혀져가고 있는 느낌이 기분이 좋다. 일하는 시간도 보장받을 수 있고. 뭔가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기분이 든다.

어디 책에서 봤는데 의미있는 하루가 되려면 내가 성장하거나 남의 성장을 도왔거나 하면 된다고. 요즘은 내가 성장하는 날도 있고,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도운 날도 있고. 나름 뿌듯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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